불상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불상 복장과 CT로 내부를 보는 방법
사찰에서 불상을 바라보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먼저 눈길이 갑니다.
그런데 일부 불상 안에는 겉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물건들이 들어 있습니다. 경전이나 다라니, 후령통과 같은 물품을 불상 내부에 봉안하는 전통인데 이를 ‘불상 복장’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오래된 불상을 열지 않고도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
최근에는 병원에서 사람의 몸속을 검사하듯 X선과 CT를 이용해 문화유산을 훼손하지 않고 내부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1. 불상 복장이란 무엇일까?
여기서 말하는 ‘복장’은 우리가 입는 옷을 뜻하는 복장(服裝)이 아닙니다.
불상 복장은 한자로 腹藏이라고 쓰며 불상이나 불화 내부에 경전과 사리, 보화 등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 물품을 봉안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전통은 고려시대에 체계가 정립되어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불상의 겉모습만 봐서는 알 수 없지만 내부에는 불상이 만들어진 시대와 당시의 불교 신앙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2. 복장유물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불상 내부에 봉안된 물품을 복장유물이라고 부릅니다.
대표적으로 경전과 다라니, 후령통 등이 있으며 불상을 조성한 이유와 참여한 사람 등을 기록한 발원문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후령통은 불상 복장에서 중요한 물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따라서 복장유물은 단순히 불상 안에 넣어둔 물건이 아니라 당시 불교 신앙과 의식, 불상의 제작 시기와 배경 등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3. 불상을 열지 않고 내부를 볼 수 있을까?
오래된 목조불상을 조사하기 위해 무조건 분해하거나 내부를 열어볼 수는 없습니다.
문화유산은 한번 손상되면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화유산 보존과학에서는 대상에 손상을 주지 않고 내부 상태를 조사하는 ‘비파괴 조사’ 방법을 활용합니다.
X선이나 CT도 대표적인 비파괴 조사 방법입니다.
사람이 병원에서 CT 검사를 받는 것처럼 문화유산 역시 CT를 이용하면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 내부 구조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CT를 찍으면 무엇까지 알 수 있을까?
CT를 이용하면 단순히 불상 안에 물건이 있는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목조불상을 어떻게 조립했는지, 내부에 빈 공간이 어디에 있는지, 나무를 어떻게 깎았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못이나 결합 부분처럼 겉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제작 흔적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복장유물이 남아 있다면 위치와 형태를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문화유산을 직접 분해하지 않고도 제작방법과 내부 상태를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 CT 조사의 큰 장점입니다.
5. 400년 된 불상을 CT로 촬영했더니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보물 ‘서울 지장암 목조비로자나불좌상’을 새로 도입한 원통형 CT로 조사했습니다.
이 불상은 1622년에 만들어졌으며 높이가 약 117.5cm에 이르는 목조불상입니다.
기존 조사에서는 불상 내부에서 조성기와 후령통, 경전과 다라니 등의 복장유물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CT로 다시 내부를 조사하면서 이전에는 확인하지 못했던 머리 부분의 복장물로 추정되는 물질까지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또 얼굴을 별도로 만들어 붙인 흔적과 불상 내부의 공간, 제작에 사용된 나무의 구조 등도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400년이 넘은 불상을 직접 분해하지 않고도 내부에 감춰진 정보를 확인한 것입니다.
6. 커다란 불상은 어떻게 CT를 찍을까?
일반적인 CT 장비로는 크기가 큰 문화유산을 조사하기 어렵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도입한 원통형 CT는 유물을 움직이며 촬영하는 대신 유물은 안전하게 고정하고 X선을 발생시키는 장치가 주변을 움직이며 촬영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길이가 최대 3m에 이르는 대형 문화유산까지 조사할 수 있도록 설계돼 기존 장비로 촬영하기 어려웠던 대형 목조불상이나 목가구 등의 내부 조사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크거나 움직이기 조심스러운 문화유산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내부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7. CT로 불상의 나무 나이도 알 수 있을까?
목조문화유산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정보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나무의 나이테입니다.
CT 영상을 이용하면 목재 내부의 나이테도 조사할 수 있어 어떤 나무를 사용했는지, 나무가 어느 정도 자란 뒤 사용됐는지 등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장암 목조비로자나불좌상의 나이테를 조사한 결과 약 180년 정도가 확인됐고, 건조기간 등을 고려하면 수령 200년 이상인 나무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앞으로 여러 목조문화유산의 자료가 쌓이면 옛사람들이 문화유산을 만들 때 사용한 나무와 제작 시기를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8. 문화유산에 CT가 필요한 이유
문화유산 보존에서 중요한 것은 내부를 확인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가능한 한 문화유산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CT와 X선 같은 비파괴 조사 기술을 이용하면 문화유산을 뜯거나 자르지 않고도 내부 구조와 제작방법, 손상 상태 등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불상처럼 내부에 복장유물이 있는 문화유산이라면 겉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역사자료가 발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불상 속에는 역사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불상을 보면 보통 얼굴과 자세, 옷의 표현처럼 겉모습을 먼저 살펴보게 됩니다.
하지만 불상 내부에는 경전과 다라니, 후령통을 비롯한 복장유물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통해 불상이 언제, 왜 만들어졌는지와 당시 사람들의 불교 신앙까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문화유산을 직접 열지 않아도 CT와 같은 보존과학 기술로 그 안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래된 불상을 마주친다면 이번에는 겉모습뿐 아니라 ‘이 불상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를 한번 떠올려보세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도 수백 년의 역사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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