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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물은 전시가 끝나면 어디로 갈까?|수장고의 역할과 보관 방법

읽는 시간 약 6분

박물관 전시를 보다 보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전시 기간이 끝난 유물은 어디로 갈까요?

다음 전시를 기다리며 창고에 쌓아두는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실제 박물관의 유물 보관은 훨씬 체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박물관에는 소장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하는 ‘수장고’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수장고는 단순한 창고가 아닙니다. 유물의 재질과 상태에 맞는 환경을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한 박물관의 핵심 공간입니다.

1. 전시가 끝난 유물은 어디로 갈까?

특별전이나 기획전이 끝났다고 해서 전시됐던 유물이 그대로 방치되는 것은 아닙니다.

박물관은 소장품의 이동과 상태를 확인하고 기록하면서 다시 적절한 보관 장소로 옮겨 관리합니다.

다른 박물관에서 빌려온 유물이라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원래 소장기관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이라면 다시 수장고에서 관리되거나 이후 연구·전시 등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즉 유물에게 전시장은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이고, 수장고는 다음 활용을 기다리며 안전하게 머무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2. 수장고는 그냥 창고가 아닙니다

‘수장고’라는 이름 때문에 물건을 보관하는 커다란 창고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박물관 수장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유물을 넣어두는 것이 아니라 유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환경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온도와 습도뿐 아니라 빛과 공기질, 먼지와 오염물질, 해충 등 여러 요소를 관리합니다.

출입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유물의 안전과 보안을 위해 출입자를 관리하고 소장품의 이동 역시 기록합니다.

우리가 전시장에서 보는 유물 뒤에는 이렇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관리 과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3. 도자기와 종이 유물을 같은 곳에 보관하지 않는 이유

수장고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모든 유물을 똑같은 환경에 보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유물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약한 환경이 서로 다릅니다.

금속은 습기에 민감하고, 종이나 직물·목재처럼 유기질로 만들어진 자료 역시 습도와 빛, 해충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박물관에서는 유물의 재질에 따라 보관공간과 환경을 구분합니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고도 토제품, 도자기, 금속류, 목제품, 직물, 전적, 서화류 등 보관하는 문화유산의 종류에 따라 나뉘어 있습니다.

‘유물은 모두 박물관 창고 한곳에 모여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입니다.

4. 수장고의 온도와 습도도 유물에 따라 다릅니다

유물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는 온도와 습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문화유산에 하나의 숫자를 적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국립중앙박물관이 공개한 수장공간 보존환경 기준을 보면 금속류는 온도 20±4℃, 습도 50% 이하를 기준으로 관리합니다.

반면 도토기·토제류와 석재·유리·옥류는 같은 온도 범위에서 습도 4060%, 서화·전적·직물·목기류 등은 5060%의 습도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박물관 유물은 몇 도에 보관한다’라는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재질과 상태에 따라 적절한 보존환경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5. 박물관은 벌레와 먼지도 관리합니다

유물을 위협하는 것은 온도와 습도만이 아닙니다.

박물관은 전시실과 수장고의 빛과 실내 공기질 등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유해생물이 소장품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경우 종합유해생물관리, 즉 IPM 프로그램을 운영해 박물관 환경을 점검하고 유해생물의 유입과 피해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들어오는 자료나 전시자료 역시 필요한 경우 적절한 절차를 거쳐 관리합니다.

결국 수장고는 문을 닫아두는 공간이 아니라 유물을 둘러싼 환경을 계속 관찰하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6. 수장고에 들어간 유물은 다시 나올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수장고에 보관한다고 해서 유물이 영원히 그곳에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전시를 위해 다시 나올 수도 있고 연구와 조사, 촬영이나 디지털 자료 구축 등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다른 박물관의 전시를 위해 정식 절차를 거쳐 대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소장품 등록과 수장고 관리뿐 아니라 국내외 대여, 열람과 촬영, 고화질 이미지와 데이터 구축 등의 업무가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수장고는 유물을 감춰두는 장소라기보다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보존하면서 다음 활용을 준비하는 공간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7. 모든 유물을 항상 전시할 수 없는 이유

박물관이 소장한 모든 유물을 한꺼번에 전시장에 보여주기는 어렵습니다.

전시공간에는 한계가 있고 유물의 상태와 재질, 전시 목적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빛이나 환경 변화에 민감한 자료는 장기간 계속 전시하는 것보다 적절한 환경에서 보관하고 필요할 때 전시하는 것이 보존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전시는 문화유산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다음 세대까지 유물을 남기는 것 역시 박물관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그래서 ‘보여주는 일’과 ‘보존하는 일’ 사이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8. 다음에 박물관에 가면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세요

전시장에 놓인 유물 하나를 볼 때 우리는 현재의 모습만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 유물이 전시장에 나오기 전에는 조사와 등록, 상태 확인과 보존관리 등의 과정이 있었고 전시가 끝난 뒤에도 관리가 계속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의 상당 부분이 관람객에게는 보이지 않는 수장고와 박물관 내부에서 이루어집니다.

다음에 박물관을 방문한다면 전시된 유물을 보면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이 유물은 전시가 끝나면 어디에서 어떻게 보관될까?’

박물관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car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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