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에는 무엇이 적혀 있을까?|서문 해석과 상주본 이야기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한글은 누가, 언제, 어떤 원리로 만들었는지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 특별한 문자입니다.
그 비밀을 알려주는 책이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입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한글을 만든 이유뿐 아니라 자음과 모음을 어떤 원리로 만들었는지, 글자를 어떻게 조합하고 사용해야 하는지까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정확히 무엇이 적혀 있을까요?
유명한 훈민정음 서문의 뜻부터 처음 만들어진 28자, 해례본과 언해본의 차이, 간송본과 상주본 이야기까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훈민정음과 훈민정음 해례본은 다릅니다
‘훈민정음’이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됩니다.
첫 번째는 세종이 1443년에 만든 새로운 문자의 이름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의 옛 이름이 바로 훈민정음입니다.
두 번째는 이 문자를 만든 목적과 원리, 사용방법 등을 설명하기 위해 1446년에 간행한 책 『훈민정음』을 의미합니다.
이 책을 흔히 ‘훈민정음 해례본’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훈민정음이 새로운 문자라면, 훈민정음 해례본은 그 문자를 왜 만들었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설명한 해설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2.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무엇이 적혀 있을까?
훈민정음 해례본은 크게 앞부분과 뒷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앞부분에는 세종이 직접 새 문자를 만든 이유와 28개의 글자, 글자의 소릿값과 사용방법 등을 설명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뒤에는 집현전 학자들이 글자를 만든 원리와 글자를 조합하는 방법 등을 자세히 풀이한 ‘해례’가 이어집니다.
마지막에는 정인지가 쓴 서문도 실려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한글을 누가 만들었는지뿐 아니라 왜 만들었고 어떤 원리로 만들었는지까지 알 수 있습니다.

3. 훈민정음 서문은 무슨 뜻일까?
훈민정음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은 세종의 서문입니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로 시작하는 옛말을 학교에서 한 번쯤 접해봤을 텐데요.
내용을 오늘날의 말로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우리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만으로는 우리말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백성들이 자신의 뜻을 글로 나타내기 힘든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 새로운 28자를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배워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사용하기를 바란다는 세종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즉 훈민정음은 새로운 글자를 만든 것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쉽게 배우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자였습니다.

4. 훈민정음은 처음에 28자였습니다
현재 한글 기본 자모는 24자를 사용하지만 훈민정음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모두 28자였습니다.
자음 17자와 모음 11자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자음은 발음할 때 사용하는 혀와 입, 목구멍 등 발음기관의 모양을 바탕으로 기본 글자를 만들고 여기에 획을 더하는 방식으로 확장했습니다.
모음은 하늘·땅·사람을 상징하는 기본 요소를 바탕으로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적은 수의 기본 원리에서 여러 글자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5. 훈민정음 28자 중 사라진 글자는?
훈민정음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28자 가운데 현재 사용하지 않는 글자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글자는 아래아(ㆍ), 옛이응(ㆁ), 반치음(ㅿ), 여린히읗(ㆆ)입니다.
이 글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말의 소리가 변하거나 표기법이 달라지면서 일상적인 한글 표기에서 사용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래서 처음의 28자에서 이 네 글자를 제외하면 현재 기본 자모 24자와 연결됩니다.
옛 문헌을 보다 보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낯선 한글이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6. 자음과 모음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훈민정음 해례본이 특별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글자의 모양을 만든 원리까지 설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음의 기본자는 발음할 때 움직이는 발음기관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ㄴ은 혀끝이 윗잇몸에 닿는 모습을 본뜬 글자입니다.
그리고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해 서로 관련 있는 소리를 나타내는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방식도 사용했습니다.
모음은 하늘을 뜻하는 점(ㆍ), 땅을 뜻하는 ㅡ, 사람을 뜻하는 ㅣ를 기본으로 삼았습니다.
이 기본 요소를 서로 결합해 ㅏ·ㅓ·ㅗ·ㅜ 등의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글자 모양과 소리의 원리를 서로 연결해 체계적으로 설계한 것입니다.
7.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은 무엇이 다를까?
검색하다 보면 ‘훈민정음 해례본’과 함께 ‘훈민정음 언해본’이라는 이름도 자주 보입니다.
둘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해례본은 훈민정음의 창제 목적과 글자를 만든 원리, 사용방법 등을 한문으로 설명한 책입니다.
언해본은 훈민정음의 내용을 당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로 풀이한 자료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라는 문장은 언해된 훈민정음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표현입니다.
따라서 해례본과 언해본을 구분해두면 훈민정음 관련 자료를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8. 간송본은 어떻게 발견됐을까?
현재 훈민정음 해례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간송본’입니다.
오랫동안 훈민정음이라는 문자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글자를 만든 원리를 상세하게 설명한 해례본의 실물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1940년경 경북 안동에서 해례본 한 권이 세상에 알려졌고, 간송 전형필이 이를 소장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이 책을 흔히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이라고 부릅니다.
해례본의 발견으로 자음과 모음의 제자 원리 등 훈민정음 창제에 관한 내용을 실제 기록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9.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무엇일까?
간송본 외에도 또 하나의 훈민정음 해례본이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상주본’입니다.
2008년 경북 상주에서 존재가 알려지면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상주본은 간송본과 같은 판본의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알려져 있지만 소유권을 둘러싼 오랜 법적 분쟁을 거쳤으며 현재까지도 실물의 보존 상태와 소재 문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박물관에서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얼마나 희귀하고 중요한 문화유산인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10. 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일까?
훈민정음 해례본은 우리나라에서만 중요한 옛 책이 아닙니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습니다.
문자를 만든 사람과 시기, 목적뿐 아니라 글자를 만든 원리와 사용방법까지 기록으로 전해진다는 점에서 세계 문자사에서도 매우 특별한 가치를 지닙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통해 우리는 한글이 우연히 생겨난 문자가 아니라 소리와 발음기관 등을 연구해 체계적으로 설계한 문자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1. 훈민정음 해례본을 직접 볼 수 있을까?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문화유산은 보존을 위해 원본을 항상 전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원본 공개 여부는 전시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훈민정음의 내용과 한글 창제 원리를 알고 싶다면 국립한글박물관의 훈민정음 관련 온라인 자료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훈민정음의 창제 목적부터 28자의 원리와 한글의 역사까지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는 휴관 중이므로 현장 방문을 계획한다면 재개관 여부를 공식 누리집에서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의 사용설명서입니다
우리는 매일 한글을 사용하지만 ㄱ과 ㄴ은 왜 이런 모양인지, ㅏ와 ㅓ는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는지 생각해 볼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그 질문에 580년 전의 기록이 직접 답해주는 책이 훈민정음 해례본입니다.
새로운 문자를 만든 목적과 28자의 제자 원리, 글자를 조합하고 사용하는 방법까지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의 가치는 매우 큽니다.
다음에 한글을 쓸 때는 글자의 모양도 한번 자세히 살펴보세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쓰는 글자 하나하나에도 세종이 설계한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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