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가 있는 나들이 문화가 있는 나들이

오래된 종이는 왜 누렇게 변할까? 종이 문화재 보존방법 7가지

읽는 시간 약 6분

오래된 책이나 고문서, 그림을 보면 종이가 누렇게 변하거나 가장자리가 약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수백 년 된 종이 문화재가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종이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기 쉬운 유기질 재료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변색되거나 약해지고 찢어지는 등 다양한 손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에서는 지류문화유산을 전적, 회화, 고문서 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보존처리에 앞서 재질과 제작기법, 손상 상태 등을 조사한 뒤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보존처리를 실시합니다.

그렇다면 오래된 종이 문화재는 왜 손상되고 보존과학에서는 어떻게 관리할까요?

1. 오래된 종이는 왜 누렇게 변할까?

종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재료 자체의 변화뿐 아니라 빛과 온습도, 오염물질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종이가 모두 같은 속도로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원료와 제작방법으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환경에서 보관됐는지 등에 따라 현재의 보존상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종이가 누렇게 변했다는 이유만으로 표면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보존의 목적은 아닙니다. 왜 변화가 발생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2. 먼저 종이의 상태부터 조사합니다

종이 문화재를 보존처리할 때 곧바로 세척하거나 찢어진 부분을 붙이지 않습니다.

먼저 크기와 형태, 손상된 부분을 관찰하고 사진으로 기록합니다.

필요한 경우 종이의 재질을 현미경 등으로 조사하고, pH와 색도 측정, 적외선 촬영 등을 통해 현재 상태를 파악합니다. 회화에 안료가 사용됐다면 XRF 등의 방법으로 안료 성분을 조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전조사는 어떤 방법으로 보존처리를 할 것인지 결정하는 기초자료가 됩니다.

3. 빛과 보존환경을 관리합니다

박물관에서 오래된 고문서나 회화를 전시한 공간이 다른 전시실보다 어둡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종이뿐 아니라 종이에 쓰인 글씨와 안료 등도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시와 보관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종이 문화재를 하나의 온도와 습도 수치로 관리한다고 단순화하지 않는 것입니다.

문화재의 재질과 상태, 형태 등을 고려해 적절한 환경을 만들고 급격한 환경 변화와 불필요한 빛 노출 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오염물은 상태에 따라 다르게 세척합니다

오래된 종이에 먼지가 묻어 있다고 해서 일반 종이처럼 지우개나 물로 마음대로 닦을 수는 없습니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에서는 유물 상태에 따라 세척방법을 다르게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표면의 오염물을 제거하는 건식 세척이 사용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탈이온수를 이용한 전문적인 습식 세척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고문서의 먹이나 인장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면 먼저 번짐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안정화 처리를 거칩니다.

즉, 종이를 깨끗하게 만드는 것보다 원래의 정보를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우선입니다.

5. 오래된 배접지도 확인합니다

옛 그림이나 고문서를 보존하기 위해 과거에 뒤쪽에 다른 종이를 붙여 보강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배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오래된 배접지가 산화되고 열화되면서 오히려 원래 문화재의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에서는 필요한 경우 앞면을 보호한 뒤 오래된 배접지를 천천히 제거하고 상태에 맞는 보강과 새로운 배접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 부분은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지류문화재 보존의 실제 과정이라 이번 글에서 꼭 살려두는 게 좋아.

6. 찢어지거나 없어진 부분은 비슷한 종이로 보강합니다

종이 문화재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가 찢어지거나 없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 아무 종이나 붙이는 것이 아닙니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에서는 유물의 재질과 두께 등을 고려해 유사한 종이를 선택하여 결손된 부분을 보강합니다. 고문서와 전적류의 경우 천연재료로 유물과 비슷한 색의 보강지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서는 문화유산 보수·복원에 사용할 전통한지의 제작공정과 품질기준에 관한 연구도 진행했습니다.

따라서 한지는 단순히 옛날에 사용했던 종이가 아니라 오늘날 문화유산 보존·복원에서도 연구되는 중요한 전통재료입니다.

7. 보존처리가 끝나면 다시 안전하게 보관합니다

보강이 끝났다고 보존처리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회화는 원래의 형식에 맞게 족자·액자·병풍 등의 형태로 장황할 수 있고, 전적류는 원래 순서에 맞게 다시 장정합니다.

보존처리가 완료된 고문서와 전적은 유물 크기에 맞는 중성 상자나 폴더 등을 제작해 보관하기도 합니다.

결국 종이 문화재 보존은 손상된 종이를 단순히 고치는 작업이 아니라

현재 상태 조사 → 손상 원인 파악 → 필요한 최소한의 보존처리 → 적절한 보관환경 유지

까지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한눈에 보는 종이 문화재 보존 과정

1. 처리 전 상태 기록
2. 종이·안료 등 재질 조사
3. 필요한 안정화 처리
4. 상태에 맞는 세척
5. 오래된 배접지 확인 및 처리
6. 결손 부분 보강·배접
7. 장정 및 안전한 보관

실제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의 지침도 금속·도자기·석조·목재·지류·직물 등 재질에 따라 서로 다른 보존처리 방법과 재료를 적용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종이 문화재를 만나면

다음에 박물관에서 오래된 고문서나 그림을 보게 된다면 글씨와 그림만 보지 말고 종이 자체도 한번 살펴보세요.

종이의 색이 일정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찢어진 곳에 보강 흔적이 있는지, 왜 조명이 어두운지 생각해보면 좋습니다.

수백 년 전 누군가가 기록한 한 장의 종이가 지금 우리 앞에 남아 있기까지는 단순한 보관을 넘어 재질 분석과 환경관리, 보존처리와 기록이라는 보존과학의 과정이 숨어 있습니다.

이런 시선으로 문화재를 바라보면 평범하게 보이던 오래된 종이 한 장도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caruna
함께 보면 좋은 글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